<?xml version="1.0" encoding="utf-8" standalone="yes"?><rss version="2.0" xmlns:atom="http://www.w3.org/2005/Atom" xmlns:content="http://purl.org/rss/1.0/modules/content/"><channel><title>밤방안</title><link>https://bambangan.net/</link><description>밤에만 켜지는 작은 방. 익명의 에세이 블로그.</description><generator>Hugo</generator><language>ko-KR</language><lastBuildDate>Thu, 03 Sep 2026 16:54:42 +0900</lastBuildDate><atom:link href="https://bambangan.net/index.xml" rel="self" type="application/rss+xml"/><item><title>RSS의 재발견</title><link>https://bambangan.net/posts/rediscovering-rss/</link><pubDate>Sat, 29 Aug 2026 23:48:35 +0900</pubDate><guid isPermaLink="true">https://bambangan.net/posts/rediscovering-rss/</guid><description>사이트에 (제대로 된) RSS 피드 기능을 넣다.</description><category>메타</category><content:encoded>&lt;p&gt;사이트에 RSS 피드를 만들었다. 검색엔진용으로만 만드는 요약된 버전 같은 게 아니라, 실제 리더와 호환되는 것으로.&lt;/p&gt;
&lt;p&gt;사실 RSS는 그저 한물간 기술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Google Reader가 사라진 뒤로 쓴다는 사람을 못 봤으니까. 하지만 요즘 들어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것 같다. 각종 SNS와 추천 알고리즘에 지친 사람들이 컨트롤이 가능한 대안을 찾고 있는 것 같달까.&lt;/p&gt;
&lt;p&gt;아무튼 그래서 우선 내 사이트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과연 누가 그렇게 내 글들을 읽을지, 필요한 기능이기는 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 사람이라도 도움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lt;/p&gt;
&lt;p&gt;사이트가 한국어/영어 모두 지원한다는 점에서 피드도 두 개로 나누었다.&lt;/p&gt;
&lt;ul&gt;
&lt;li&gt;&lt;a href="https://bambangan.net/index.xml"&gt;bambangan.net/index.xml&lt;/a&gt;&lt;/li&gt;
&lt;li&gt;&lt;a href="https://bambangan.net/en/index.xml"&gt;bambangan.net/en/index.xml&lt;/a&gt;&lt;/li&gt;
&lt;/ul&gt;
&lt;p&gt;웬만한 리더 앱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lt;/p&gt;
&lt;p&gt;그리고 나도 RSS라는 것을 좀 써봐야겠다. 다른 블로그 글들도 좀 읽을 겸.&lt;/p&gt;
&lt;p&gt;&lt;a href="https://bambangan.net/posts/rediscovering-rss.md" rel="alternate" type="text/markdown"&gt;서명된 마크다운 원문 보기&lt;/a&gt;&lt;/p&gt;</content:encoded></item><item><title>블로그의 종말, RAG는 죽었다</title><link>https://bambangan.net/posts/rag-is-busted/</link><pubDate>Wed, 26 Aug 2026 00:00:00 +0000</pubDate><guid isPermaLink="true">https://bambangan.net/posts/rag-is-busted/</guid><description>이제 아무도 인터넷에 글을 쓰지 않는다. 과연 RAG가 의미를 가질까?</description><category>생각</category><category>AI</category><content:encoded>&lt;p&gt;2년 전쯤에 ‘AI 부업’이 반짝 유행한 시기가 있었다. 티스토리 블로그 같은 걸 무더기로 개설하고는, 각자 컨셉을 하나씩 잡아서 GPT한테 글을 쓰게 시키고 트래픽이 나오면 애드센스 광고를 넣어서 돈을 번다는 개념이었다. 당시 나는 ‘저런 걸로도 돈을 버는구나’ 하고 신기해했었다.&lt;/p&gt;
&lt;p&gt;경제학의 굳건한 법칙에 따라, 명목상 가치와 실제 가치의 괴리가 생기는 순간 그걸로 돈을 벌려는 사람들은 생긴다. 전에는 직접 글을 쓰는 사람들이 광고료를 받아가는 식으로 균형이 형성되었다면, ChatGPT의 등장은 글을 쓰는 비용을 낮춰버리면서 그걸 깨버린 거다. 손쉽게 만들어낸 수백 개의 게시글과 자동화한 태깅 시스템으로 SEO를 씹어먹어버린 그런 블로그들은 검색결과 최상단으로 올라왔고, 경제적으로 꽤 잘나가는 사람들도 보이는 것 같았다.&lt;/p&gt;
&lt;p&gt;하지만 경제학 법칙은 배신하지 않았다. 차익을 이용하려는 세력이 생기면 가치의 괴리는 해소되는 법이다. 얼마 안 있어 블로그 수익화 시장도 레드오션이 되어 버렸다. 처음엔 배너 광고 몇 개에 머무르던 사이트들이 요즘은 온갖 팝업에 앵커 광고에 난리들이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광고가 많아질수록 검색 결과에서 블로그를 찾는 빈도는 줄어든다. 이젠 검색하는 사람들도 그 광고의 지옥에 직접 들어가기보다, 대신할 에이전트를 보낸다. 접속자는 줄고, 봇의 비율은 늘고, 광고 수익은 바닥을 긴다. 그렇게 ‘블로그 자동화’의 유행은 끝났다.&lt;/p&gt;
&lt;p&gt;이 이야기가 단지 유행을 좇아 ‘빨리 부자 되기’를 추구한 사람들의 실패담으로 끝났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이 현상은 (내가 보기에는) 인터넷의 미래를 정말 크게 바꾸어버린 사건이 되었다. 바로 이 사람들이 인터넷을 죽여버린 것이다.&lt;/p&gt;
&lt;h2 id="레몬이-복숭아를-밀어내다"&gt;레몬이 복숭아를 밀어내다&lt;/h2&gt;
&lt;p&gt;2010년대를 기억하는가. 사람들이 인터넷 검색을 하면 위에서부터 사이트를 하나씩 눌러서 들어가서 읽은 다음에 정보를 종합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렇게 써 놓고 보면 무지하게 비효율적일 것 같지만, 별로 그렇지는 않았다. 상당히 큰 이유는, 그 정보의 질을 대체로 한눈에 가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이트가 깔끔한가? 통과. 저자 프로필은? 믿을 만해 보이네. 이미지들은? 퍼온 건 아니군.” 이런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 그런 휴리스틱이 통할 리가 없다.&lt;/p&gt;
&lt;p&gt;이제는 AI가 그럴싸한 웹사이트를 10분이면 만들어 주는데, 구질구질한 사이트가 대체 어디 있겠는가. 저자 프로필과 커버 이미지, 이런 것들도 이미지 생성기로 뚝딱 만들 수 있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AI로 만들어낸 &lt;a href="https://cybelangel.com/blog/ai-generated-fake-news-sites/"&gt;가짜 언론사들이&lt;/a&gt; 논란이 되었을 정도이다.&lt;/p&gt;
&lt;p&gt;게다가, 어떤 글이 AI의 산출물인지 판단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일이다. 다들 느껴보지 않았는가. 글 중간쯤 왔는데 느껴지는 어딘가 이상한 느낌. 말투가 왠지 어색하고, 분명 문장 자체가 이상한 건 아닌데 읽다 보면 GPT의 향기를 부인할 수 없다. 이미 여기까지 왔으면 그 글을 읽는 데 들인 시간은 날려버린 셈이다. 내가 읽고 있는 사이트가 진짜 사람이 생각해서 쓴 건지, 프롬프트 한 줄에 ‘딸깍’ 생성된 텍스트인지 구별하기가 이렇게 어려운데, 대체 누가 그 리스크를 감수하고 글을 읽겠느냔 말이다.&lt;/p&gt;
&lt;p&gt;전형적인 &lt;a href="https://en.wikipedia.org/wiki/The_Market_for_Lemons"&gt;레몬 시장&lt;/a&gt;이 생겨난 것이다. 글을 쓴 사람이야 자기 글이 공들여 쓴 것인지 ‘딸깍’한 것인지 알지만, 독자는 실제로 글을 읽기 전에는 이것을 알기 어렵다. 과거에는 글의 품질을 전하는 신호 체계가 여럿 작동하고 있었다면, AI가 이것들을 무력화해버린 셈이다. 극한의 정보 비대칭 상황에서, 복숭아는 레몬을 이길 수 없다. 좋은 글을 쓰는 사람들의 노력은 평가 절하되고, 그들은 이제 더 이상 글을 쓸 유인이 없어진다.&lt;/p&gt;
&lt;h2 id="양성-피드백-고리의-완성"&gt;양성 피드백 고리의 완성&lt;/h2&gt;
&lt;blockquote&gt;
&lt;p&gt;garbage in, garbage out.&lt;/p&gt;
&lt;/blockquote&gt;
&lt;p&gt;이것은 AI 파워 유저들에게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최근 들어 해본 적 없는가? LLM들이 적어 놓은 출처를 눌렀는데 또 다른 AI가 써놓은 인터넷 글로 연결되는 경험 말이다.&lt;/p&gt;
&lt;p&gt;학습 데이터를 자주 업데이트하기 어려운 특성상 LLM은 최신 정보를 얻어오기 위해 &lt;a href="https://en.wikipedia.org/wiki/Retrieval-augmented_generation"&gt;RAG&lt;/a&gt;라는 기법을 활용한다. 구글 검색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인터넷에서 가져온 최신 글들을 이용해 시의성 있는 답변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lt;/p&gt;
&lt;p&gt;RAG를 만든 취지는 인터넷의 좋은 글들을 답변에 잘 활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인터넷의 글들을 누가 쓰는가? LLM의 결과물을 또다시 학습 데이터로 쓴다는 발상은 &lt;a href="https://arxiv.org/abs/2307.01850"&gt;대체로 안 좋은 생각이라고&lt;/a&gt; 알려져 있다. 학습은 아니지만, 인터넷의 슬롭 글들을 참조하는 RAG 시스템도 비슷하게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크다. 환각과 같은 문제가 대표적이다. 개별 LLM 모델의 환각은 최근 들어 상당히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RAG는 이 문제를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이전 모델이 만들어낸 환각을 포함한 데이터가 인터넷 글로서 RAG의 참조자료로 활용되면, 잘못된 정보가 확대 재생산되기 쉬워진다는 것이다. Kurzgesagt도 &lt;a href="https://www.youtube.com/watch?v=_zfN9wnPvU0"&gt;AI Slop의 문제를 다룬 영상&lt;/a&gt;에서 LLM 환각으로 인한 거짓 정보의 확산을 과학에의 큰 위협으로 꼽았다.&lt;/p&gt;
&lt;h2 id="그럼-어떡하나"&gt;그럼 어떡하나?&lt;/h2&gt;
&lt;p&gt;늘 그렇듯, 내가 떠올리고는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한 편의 글을 쓸 만하다고 생각한 주제를 찾아보면 이미 전 세계의 연구자들이 각종 학술지에 투고한 논문이 수두룩하다. 그럼 해결책도 제시했겠지. 아래는 네이버랩 연구진들이 ACM2026에서 발표한 논문 &lt;a href="https://arxiv.org/abs/2602.16136"&gt;&lt;em&gt;Retrieval Collapses When AI Pollutes the Web&lt;/em&gt;&lt;/a&gt; 의 결론 문단에서 가져온 것이다.&lt;/p&gt;
&lt;blockquote&gt;
&lt;p&gt;(…) as Agentic AI begins to autonomously publish content, defense mechanisms must evolve from static text analysis to behavioral fingerprinting, identifying and isolating agents that systematically produce high-entropy, low-factuality streams.&lt;/p&gt;
&lt;/blockquote&gt;
&lt;p&gt;검색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타당한 주장이다. 지금 생기는 문제는, AI 슬롭 결과물들이 검색결과 상단까지 올라올 수 있게 만든 기존의 검색 순위 결정 알고리즘의 한계라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어떤 글이 사람이 잘 쓴 글인지, 콘텐츠팜에서 양산한 저품질의 딸깍 글인지의 여부는 사용자가 판단할 일이 아니라 검색엔진이 알아서 걸러야 할 문제인 것이다.&lt;/p&gt;
&lt;p&gt;얼마 전, Anthropic에서 &lt;a href="https://www.anthropic.com/news/claude-text-watermark"&gt;클로드 챗봇에 워터마크 기능을 넣겠다고 발표한 것&lt;/a&gt;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AI 카피킬러’같은 불안정한 기법에만 의존하지 않고, 글 생성 과정에서부터 개입해서 AI가 생성한 텍스트를 추적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의도다. 물론 그 자체로 완벽한 해결책이 되지는 않겠지만, AI 사용 여부를 파악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식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lt;/p&gt;
&lt;hr&gt;
&lt;p&gt;LLM이 처음 나왔을 때의 맹목적 낙관주의가 가시고 난 뒤, 우리는 이제 인공지능이 인류의 지식 체계에 가하는 위협을 맞닥뜨리고 있다. 하지만 AI가 사라지는 일은 없을 거다. 그 잠재력이 엄청난 기술임에 분명하고, 또 당면한 문제 해결에 매우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AI 슬롭의 문제를 해결하고 인터넷을 다시 ‘인류 지식의 보고’로 재생시키는 것은 인간이 맡아야 할 과제가 될 것이다.&lt;/p&gt;
&lt;p&gt;&lt;a href="https://bambangan.net/posts/rag-is-busted.md" rel="alternate" type="text/markdown"&gt;서명된 마크다운 원문 보기&lt;/a&gt;&lt;/p&gt;</content:encoded></item><item><title>달밤에 체조</title><link>https://bambangan.net/posts/night-running/</link><pubDate>Wed, 12 Aug 2026 00:00:00 +0000</pubDate><guid isPermaLink="true">https://bambangan.net/posts/night-running/</guid><description>밖으로 나가 한바탕 뛰고 오고 싶어지는 밤.</description><category>일상</category><content:encoded>&lt;p&gt;무덥던 날씨가 한층 풀렸다. 기온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지만, 아침에 집을 나서자 불어오는 바람이 더 이상 더운 바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가을이 왔음을 알려준다. ‘입춘 매직’이라던가, 올해도 예외는 아닌가 보다.&lt;br&gt;
창문을 열어야만 잠에 드는 열대야의 날들도, 작은 방에 에어컨을 틀어두고 갇혀 살아야 하는 땡볕의 날들도 당분간은 작별이다. 선풍기와 모기장, 여름날의 필수품들은 마치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처럼 창고에서의 동면에 들어갔다.&lt;br&gt;
간만에 날도 시원해지니 왠지 몸을 움직이고 싶어진다. 해가 지고 저녁이 깊자, 여름내 먼지 앉은 자전거를 끌고 강변으로 갔다.&lt;/p&gt;
&lt;p&gt;내게 취미가 한 가지 있다면, 늦은 시간에 나가서 한바탕 달리고 오는 거다. 그것도 이슥한 밤에. 강변을 따라 달릴 때도 있고, 그저 집에서 출발해 새로운 장소를 탐색하다 올 때도 있다. 사방의 신호등이 노란색으로 깜빡이는 시간에, 내 숨소리만 들릴 정도로 고요한 거리를 달리는 것은 꽤나 운치 있는 일이다. 전에는 정말 고독한 러닝을 즐길 수 있었다면, 몇 년 전부터는 ‘러닝’이 크게 유행하면서 이제는 늦은 시간에도 나 같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 꽤나 흔해졌다.&lt;/p&gt;
&lt;p&gt;역시나 날이 시원하니 강변에는 사람이 많았다. 삼십 분쯤 뛰니 벌써 숨이 가빠온다. 확실히 여름에 덥다고 안 나온 탓이 크군. 이번 가을에는 좀 열심히 나와 볼까.&lt;/p&gt;
&lt;p&gt;&lt;a href="https://bambangan.net/posts/night-running.md" rel="alternate" type="text/markdown"&gt;서명된 마크다운 원문 보기&lt;/a&gt;&lt;/p&gt;</content:encoded></item><item><title>AI 의존 사회</title><link>https://bambangan.net/posts/ai-dependency/</link><pubDate>Thu, 30 Jul 2026 00:00:00 +0000</pubDate><guid isPermaLink="true">https://bambangan.net/posts/ai-dependency/</guid><description>인공지능에 갈수록 의존하는 사회에서, 나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description><category>생각</category><category>미래</category><category>AI</category><content:encoded>&lt;blockquote&gt;
&lt;p&gt;We shape our tools and thereafter our tools shape us.&lt;br&gt;
– Marshall McLuhan&lt;/p&gt;
&lt;/blockquote&gt;
&lt;p&gt;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생활을 의존하고 있다. 업무 이메일을 보내는 것에서, 점심에 먹을 메뉴 고르기 같은 사소한 것들까지, LLM의 대답 없이는 수행하기 어려워한다.&lt;/p&gt;
&lt;p&gt;사람들은 ‘인간이 AI에게 지배당하는 미래’를 터미네이터같은 모습으로 상상하곤 한다. 하지만 정말 인간이 인공지능에 지배받는 날이 온다면, 이런 모습에 더 가깝지 않을까.&lt;/p&gt;
&lt;p&gt;사고의 외주화. 생각하는 일을 기계에 맡기면서, 이제 도구 없이는 스스로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수동적인 존재가 되는 거다. 대체 인간의 능력은 어디까지 줄어드는 걸까?&lt;/p&gt;
&lt;p&gt;강력한 도구가 등장하고 생산성이 증가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인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은 줄어든다. 요즘 LLM의 도움 없이 이메일 한 통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스스로 API Docs를 읽고 JSON 파서를 짤 수 있는 개발자가 대체 얼마나 될지 생각해보자.&lt;/p&gt;
&lt;p&gt;이제 여기서 ‘나는 어떡하나’의 질문이 나온다. 남들이 AI에 갈수록 의존하는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내 능력을 키울 것인가? 어떤 강점을 가진 사람이 될 것인가?&lt;/p&gt;
&lt;h2 id="옵션-1-도구-없이도-해낼-능력을-갖춘다"&gt;옵션 1. 도구 없이도 해낼 능력을 갖춘다.&lt;/h2&gt;
&lt;p&gt;AI 없이도 훌륭한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사고한다. 도구를 쓸 때도, 과하게 의존하지 않는다. 도구의 사용은, 내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단순히 자동화함으로써 속도를 높이는 것뿐이다. 남들과는 엄청난 차별점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동시에 큰 노력이 필요할 거다. 남들은 ‘딸깍’으로 레포트를 써 낼 때, 혼자서 문구를 다듬으면서 씨름하고, 정보를 찾아다니느라 도서관을 뒤지고. 어려운 길일 거다. 또 기술의 진보를 무시하는 길이라는 반론을 피하기 어렵다.&lt;/p&gt;
&lt;h2 id="옵션-2-기술-발전을-받아들이고-잘-사용할-능력을-갖춘다"&gt;옵션 2. 기술 발전을 받아들이고, 잘 사용할 능력을 갖춘다.&lt;/h2&gt;
&lt;p&gt;이쪽으로 가면 기술에 대한 의존도는 클 수밖에 없다. AI로 ‘나도 할 수 있는’ 일을 자동화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혼자서는 못할’ 일들을 하기 시작한다. 큰 생산성의 향상이 기대된다. 하지만 동시에 기술에 관한 의존성, 그리고 여기에서 나오는 리스크가 생긴다.&lt;br&gt;
몇 년 전 오픈AI 서버가 터졌을 때 레딧에 얼마나 난리가 났는지 생각해보자. 만약 이런 상황이 또 발생하면 어떡할까? 갑자기 이런 모델들의 가격이 치솟으면 – 그저 얼마를 제시하든 따라가야 하는가? 외부에의 의존은 온갖 위험을 불러온다. 하지만 이를 의식하고 위험을 관리하는 것 또한 나의 일이다.&lt;/p&gt;
&lt;hr&gt;
&lt;p&gt;내가 내린 결론 – 한쪽만을 택하기는 위험이 너무 크다. 기술을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선택지 1의 입장도 수용해서 그 한계를 인식하자. 내 지적 능력이 AI에게 과의존하지 않도록,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자.&lt;/p&gt;
&lt;p&gt;이를 위해 세운 몇 가지 방법이다.&lt;/p&gt;
&lt;ul&gt;
&lt;li&gt;스스로 글쓰기. 인공지능의 도움 없이, 혼자서 생각하면서 글을 쓰는 능력을 키운다. 지금 글쓰는 것처럼. (이 공간은 자체적으로 No-AI Policy를 유지하고 있다)&lt;/li&gt;
&lt;li&gt;독서하기.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정보는 먹기 좋은 한 입 크기의 요약이지만, 여기에 익숙해지면 정보를 찾는 능력이 사라진다. 사람이 쓴 글을 찾아보자. 긴 책, 좀 고전이더라도. 원문을 보고 스스로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거다.&lt;/li&gt;
&lt;li&gt;생각하기. 걸어다니면서 핸드폰 쓰는 것처럼 쓸데없는 일을 찾기 어렵다. 산책하거나 여기저기 걸어다닐 때, 버스에서, daydreaming한다.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없으면 사고는 확장되지 못한다.&lt;/li&gt;
&lt;/ul&gt;
&lt;hr&gt;
&lt;p&gt;이 글을 쓰면서는 내 부족한 점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자기 계발에 있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생각해보는 건 중요한 일이다. 나만의 강점을 지닌 사람이 되고자 하기에.&lt;/p&gt;
&lt;p&gt;&lt;a href="https://bambangan.net/posts/ai-dependency.md" rel="alternate" type="text/markdown"&gt;서명된 마크다운 원문 보기&lt;/a&gt;&lt;/p&gt;</content:encoded></item><item><title>전념(專念)한다는 말</title><link>https://bambangan.net/posts/on-devotion/</link><pubDate>Mon, 29 Jun 2026 00:00:00 +0000</pubDate><guid isPermaLink="true">https://bambangan.net/posts/on-devotion/</guid><description>우리가 너무도 자주 쓰는 &amp;#39;전념한다&amp;#39;는 말. 이런 식으로 살아가는 게 옳을까?</description><category>생각</category><category>삶</category><content:encoded>&lt;blockquote&gt;
&lt;p&gt;&lt;strong&gt;전념專念하다&lt;/strong&gt;&lt;br&gt;
오직 한 가지 일에만 마음을 쓰다.&lt;/p&gt;
&lt;/blockquote&gt;
&lt;blockquote&gt;
&lt;p&gt;&lt;strong&gt;열중列中하다&lt;/strong&gt;&lt;br&gt;
한 가지 일에 정신을 쏟다.&lt;/p&gt;
&lt;/blockquote&gt;
&lt;blockquote&gt;
&lt;p&gt;&lt;strong&gt;몰두沒頭하다&lt;/strong&gt;&lt;br&gt;
어떤 일에 온 정신을 다 기울여 열중하다.&lt;/p&gt;
&lt;/blockquote&gt;
&lt;p class="byline"&gt;(표준국어대사전)&lt;/p&gt;
&lt;hr&gt;
&lt;p&gt;우리는 평소 이런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쓴다. “시험 기간이니 공부에 열중해야지” “지금은 학업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직장에서는 업무에 집중하여야 한다” 따위 표현들. 하나같이 비슷한 구조의 말들이다. 어떤 중요한 대상이 있으니, 당분간은 그것 하나만 바라보아라. 다른 것들에는 관심도 주지 말아라. 이렇게 얘기하는 모양이다.&lt;/p&gt;
&lt;p&gt;비슷한 의미의 단어들이 이렇게도 많다는 사실에서 한국 사람들이 ‘전념’하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사업이 잘 안된다며 걱정하는 친구에게, 길을 잘 못 찾겠다는 후배에게, 우리는 이렇게 조언한다. “열심히 하고 있으니 결국 잘될거다. 용기를 가져라!”&lt;/p&gt;
&lt;p&gt;걱정을 덜어 주는 데에는 좋은 공감 방법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다소 무책임하다.&lt;/p&gt;
&lt;h2 id="노력이-다라고"&gt;노력이 다라고?&lt;/h2&gt;
&lt;p&gt;멋진 목표를 설정한다. 목표를 향해서 힘차게 달려간다. 목표를 성취한다. 아마 사람들은 성취의 과정을 이런 것쯤으로 생각하나 보다. 마치 마라톤처럼. 저 지평선 너머에 펄럭이고 있을 결승점 깃발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나아간다면 끝내 얻게 될 달콤한 결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마라토너들을 너무 얕게 보는 일이지 않나 싶다.&lt;/p&gt;
&lt;p&gt;마라토너는, 그 경기에 나가기까지 얼마나 철저히 준비했을까. 오래 전부터 훈련을 해서 달리기 근육을 키우고, 연습을 계속하면서 자신의 약점을 찾아내고, 바람 세기와 방향에 맞는 전략을 세우고, 경기에 필요한 에너지를 예상해서 그날 아침까지 미리 계획했을 것이다.&lt;br&gt;
그저 앞만 보고 달렸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lt;/p&gt;
&lt;p&gt;대부분의 이야기가 지닌 문제는, 노력의 힘을 너무 미화한다는 점이다. 물론 노력을 통해 결실을 얻었다는 행복한 결말은 낭만적이고, 또 감동적이다.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거기서 내러티브를 만들어내고, 그 주제는 보통 비슷한 몇 가지로 수렴한다. 언더독의 반란, 노력파의 승리, 뭐 이런 것들.&lt;/p&gt;
&lt;p&gt;하지만 현실은 영화가 아니다. 결국 성공을 부르는 건 뜨거운 마음이 아니라, 차가운 머리다. 이 악물고 마지막 스퍼트를 시도하게 하는 의지력이 마라토너의 우승을 가져다주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더 큰 요인은 애초에 거기까지 가고도 남을 체력을 만들어준 잘 짜인 훈련 루틴과, 없는 힘을 쥐어짜 다시 달릴 힘을 길러준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 이런 것일 거다. 하지만 감동을 앞세운 이야기는 모든 공을 의지에게로 돌린다. 가장 큰 거짓말의 시작이다.&lt;/p&gt;
&lt;p&gt;노력의 힘을 믿으라는 건, 포기하지 않으면 성공할 거라는 말은, 목표에 전념하라는 조언은, 그래서 너무도 잔인하다. 준비가 안 된 자가 노력만 투입하면 어떻게 되는지 우리는 잘 안다. 이런 말로 대답해주는 사람들은, 상대방의 일에 그닥 참견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자기 딴에는 ‘일반론적인’ 해답을 내놓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과연 모두에게 적용되는 성공의 법칙 같은 게 있다면, 그렇다면 성공을 못 하고 있는 이 사람들은 다 뭐란 말인가.&lt;/p&gt;
&lt;h2 id="하지만-그러기에-인생은-너무-짧다"&gt;하지만 그러기에 인생은 너무 짧다&lt;/h2&gt;
&lt;p&gt;살면서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lt;br&gt;
1년이 52주, 오늘날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83세이니 우리에게 주어진 평생의 시간은 인당 4300주 내외다. 이미 얼마나 소비했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독자들은 양 끝보다는 중간 어디쯤에 위치했을 것이다.&lt;/p&gt;
&lt;p&gt;수능 준비. 고시 공부. 사람들이 ‘전념’한다는 대상은 대체로 1년 단위로 움직인다. 남은 3000주가량의 시간 중 52주를 하나의 목적을 위해 희생하는 셈이다. 적어 보일 수도, 많아 보일 수도 있는 수치다. 우선 내게는 너무 크다.&lt;/p&gt;
&lt;p&gt;시험 준비를 한다는 사람들을 보고 시간낭비라며 비웃는 게 절대 아니다. 그저 그런 일들을 위해 ‘전념’해야 한다고만 말하는 통념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전념하지 않을 때’의 1년동안 우리가 얼마나 변하는지 생각해보자. 만약 1년의 시간을 투입해서 내게 생긴 변화가 오직 ‘OO 시험 합격’ 한줄뿐이라면 매우 슬픈 일이지 않겠는가? 그 한 줄을 얻기 위해 포기한 것들을 생각하면 말이다.&lt;/p&gt;
&lt;hr&gt;
&lt;p&gt;그래서 나는 중요한 일을 준비해야 할 때, 남들과는 마음을 다르게 먹는다.&lt;/p&gt;
&lt;p&gt;“I care, but not &lt;em&gt;that&lt;/em&gt; much.”&lt;/p&gt;
&lt;p&gt;능동성을 잃지 않는 방법이다. 목표 하나만 바라보기보다, 멀찍이 떨어져서 전체적인 그림을 본다. 하나의 대상에 끌려다니지 않고, 나를 중심으로 가져간다.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바라는지 계속해서 점검하고, 이에 따라 목표는 수시로 바뀐다. 남들이 보기에는 줏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이 내가 찾은 탐색의 방법이고, 여태까지는 그래도 이런 식으로 잘 살아왔다고 생각한다.&lt;/p&gt;
&lt;p&gt;나름의 인생 철학 얘기였다.&lt;/p&gt;
&lt;p&gt;&lt;a href="https://bambangan.net/posts/on-devotion.md" rel="alternate" type="text/markdown"&gt;서명된 마크다운 원문 보기&lt;/a&gt;&lt;/p&gt;</content:encoded></item><item><title>한국인들은 물질주의적인가</title><link>https://bambangan.net/posts/are-koreans-materialistic/</link><pubDate>Sat, 20 Jun 2026 00:00:00 +0000</pubDate><guid isPermaLink="true">https://bambangan.net/posts/are-koreans-materialistic/</guid><description>무엇이 삶에 의미를 주는가? 한국 사회가 말하는 물질적 풍요의 의미를 다시 살핀다.</description><category>삶</category><category>사회</category><content:encoded>&lt;p&gt;“무엇이 삶에 의미를 주는가?”&lt;/p&gt;
&lt;p&gt;몇 년 전, 미국의 퓨 리서치 센터의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세간이 떠들썩해진 일이 있었다. 한국을 포함한 17개 선진국에서 시민들에게 삶에 가장 큰 의미를 주는 것은 무엇인지 물어보았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물질적 풍요’가 1위로 꼽힌 것이었다. ‘가족’을 1위로 꼽은 다른 선진국 시민들의 답변과 선명히 대조되면서, 우리 사회가 인정과 연대의 가치가 메마른 곳이 되어버렸다는 반성이 이어졌다.&lt;/p&gt;
&lt;p&gt;정말 그런 것도 같았다. 명품 가방을 사러 꼭두새벽부터 매장 앞에서 ‘오픈런’을 하며 기다리는 사람, 영혼까지 끌어모아 외제차를 샀다가 ‘카푸어족’이 되어 할부금에 시달리며 근근히 살아가는 젊은이, 언론은 우리 사회의 이런 모습들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췄고, 또 내 주변에서도 이런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비싼 한정판 운동화를 신지 못한다는 이유로 주눅이 드는 친구, 부모님이 비싼 아이폰을 사주지 않는다고 늘상 투덜거리는 어린아이. 당시 뉴스에서 설문 결과를 보고는, ‘그럼 그렇지…’ 하는 생각과 함께 한국 사회에 대한 한탄이 제일 먼저 올라왔다.&lt;/p&gt;
&lt;p&gt;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 이런 기억이 떠오르는 건, 최근의 부동산 가격 상승과 연일 질주하는 코스피가 양성해낸 ‘벼락거지’들이 (물론 나를 포함한다) 본인의 어려운 재정 상태를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lt;/p&gt;
&lt;p&gt;1인당 명품 소비액 세계 1위, 집 없으면 결혼도 못 하는 사회. 어느 때보다 물질적인 사회라고들 한다. 이 속에서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는 비교와 좌절의 연속일 뿐이다. 누구는 주식으로 얼마를 벌었다더라, 또 누구는 코인으로 얼마 벌었다더라. 그간 연이율 2.55%의 정기예금을 착실하게 들어서 5만 원을 손에 쥐게 된 나는, 누가 들으면 한심하게 생각할 거라며 속으로 부끄러워한다.&lt;/p&gt;
&lt;p&gt;하지만 이쯤에서, 다시 원래의 설문조사 결과를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lt;br&gt;
‘물질적 풍요’란 무엇일까.&lt;/p&gt;
&lt;p&gt;연구자들은 응답자들에게 여러 선택지를 주고 고르라고 한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무엇이 삶에 의미를 주나요?”라는 주관식 질문을 던지고 그 답변을 기록했다. 그런 다음 각각의 응답을 미리 설정해 둔 카테고리에 따라 분류한 것이었다. 그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뭐라고 대답했을까.&lt;/p&gt;
&lt;p&gt;“잘 먹고 잘 사는 거요.”&lt;/p&gt;
&lt;p&gt;그렇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말한 물질적 풍요는, 그저 잘 먹고 잘 사는 것. 이런 표현을 연구자들은 ‘물질적 풍요’라는 이름 아래에 묶은 것이었다. 어쩌면 잘못은 우리가 ‘물질적 풍요’를 과시 소비나 복권 당첨 같은 극단적인 개념으로만 생각한 것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저 큰 부족함 없이, 하고 싶은 걸 할 여유가 있는 삶. 무엇인가에 쫓기지 않는, 불안이 없는 삶. 한국 사람들이 바라는 삶은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lt;/p&gt;
&lt;p&gt;진정한 삶의 행복은 비교로부터 나오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른다.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삶은 남들보다 더 많이 갖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가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삶, 그리고 그 나머지 부분은 내 바람대로 채워갈 수 있는 삶이다. 그러니 ‘그때 주식을 살걸’ 하며 후회할 시간에, 나에게 주어진 것들에 더 집중하는 삶을 살아가면 어떨까?&lt;/p&gt;
&lt;p&gt;&lt;a href="https://bambangan.net/posts/are-koreans-materialistic.md" rel="alternate" type="text/markdown"&gt;서명된 마크다운 원문 보기&lt;/a&gt;&lt;/p&gt;</content:encoded></item><item><title>이 사이트에 대한 생각</title><link>https://bambangan.net/posts/thoughts-about-this-site/</link><pubDate>Sat, 13 Jun 2026 00:00:00 +0000</pubDate><guid isPermaLink="true">https://bambangan.net/posts/thoughts-about-this-site/</guid><description>이 블로그에 들어간 내 생각들, 특히 디자인에 관해서.</description><category>메타</category><category>디자인</category><category>암호</category><content:encoded>&lt;p&gt;첫 글을 쓴 것은 어제이지만, 사이트 ‘버전 1’을 배포한 후에도 수정은 계속하고 있다. 가장 크게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을 꼽으라면, 바로 PGP 서명 부분일 거다. 서명 검증은 쉽게 유지하면서도 최대한 마크다운 문법을 자유롭게 쓰고 싶어서 말이다. 여러 방식을 시도하고 있고, 아마 여러분이 보고 있는 사이트의 모습도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과는 많이 달라지겠지만, 일단 지금 상태로 봐서는 꽤 그럴듯해 보인다고 생각한다.&lt;/p&gt;
&lt;p&gt;누가 물을지도 모르겠다. 왜 귀찮게 서명까지 하고 그러냐고.&lt;br&gt;
사실 매우 타당한 말이다. 내 사이트에 내가 올리는 글인데, 과연 명의 도용의 위험이라는 게 있기나 할까. 더욱이 PGP라는 낡아빠진 기술을 사용해야 할 필요라도 있을까. 그래도 나중에 SNS라도 하게 되거나(당분간은 전혀 계획이 없다.) 해서, 여기 글을 쓰는 나와 다른 어딘가의 내가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밝히려면 이 방법을 쓰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다.&lt;/p&gt;
&lt;p&gt;물론 이런 일을 할 거면 차라리 내가 쓰는 마크다운 파일들을 git에 커밋할 때 서명해서, 저장소를 통째로 공개하는 게 내 입장에서는 편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테고 (과연 깃허브 커밋 옆 녹색 화살표가 있는지를 따지는 사람이 나 말고 있을지 모르겠다) 또 내 신원에 대해서 아무 문제가 생기지도 않을 거다. 하지만 재미없다. 그래서 안된다는 거다.&lt;/p&gt;
&lt;p&gt;디자인 얘기를 좀 해보자. 사이트를 만들면서 내가 무엇을 신경 썼는지를.&lt;/p&gt;
&lt;p&gt;첫째로 따진 건 멋이다. 글 맨 위에, 모노스페이스 폰트로 딱 나타나는 ‘BEGIN PGP SIGNED MESSAGE’. CSS 트릭을 잘 써서, 복사되는 텍스트는 유지하면서 마치 hr 위에 쓴 듯 본문 레이아웃과 깔끔하게 떨어지게 만들었다. 상당히 느낌 있는 디자인이라 생각한다.&lt;/p&gt;
&lt;p&gt;다음으로는 우아함이다. 역시 웹에 쓸 만한 세리프체는 본명조뿐이다. 나눔고딕은 진부하고, KoPub 서체는 책 느낌이 난다는 점은 좋으나 어딘가 화면으로 보기는 불편하다. 책을 인쇄한다면 모르겠으나, 이런 사이트를 위해 유료 폰트를 쓰기도 별로일 때, 이런 괜찮은 무료 한글 서체가 있다는 점은 매우 고마울 따름이다.&lt;/p&gt;
&lt;p&gt;셋째 고려사항은 속도다. 빠른 로딩을 위해 CSS 프레임워크는 쓰지 않고, 딱 필요한 만큼의 스타일링만 집어넣었다. Layout shift가 없는 정적 디자인, 그리고 파이썬으로 강력한 font subsetting 기능을 구현해 리소스 크기를 줄였다. 최대한 JS 사용은 피하려 했으나, PGP 관련 문제로 인해 빌드 시의 마크다운 파싱을 끄게 되면서, JS를 써서라도 약간의 파싱 기능을 집어넣는 정도로 타협을 보았다.&lt;/p&gt;
&lt;p&gt;확실히 너무 신나 있는 말투다. 아무튼 만들어둔 사이트에 대한 자랑은 이 정도면 된 것 같으니, 다음부터는 좀 블로그다운 글을 써보도록 하겠다.&lt;/p&gt;
&lt;p&gt;&lt;a href="https://bambangan.net/posts/thoughts-about-this-site.md" rel="alternate" type="text/markdown"&gt;서명된 마크다운 원문 보기&lt;/a&gt;&lt;/p&gt;</content:encoded></item><item><title>블로그를 시작하다</title><link>https://bambangan.net/posts/hello-world/</link><pubDate>Fri, 12 Jun 2026 00:00:00 +0000</pubDate><guid isPermaLink="true">https://bambangan.net/posts/hello-world/</guid><description>이 블로그를 시작하며 적는 생각들.</description><category>메타</category><content:encoded>&lt;p&gt;블로그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에서, 실제 사이트가 나오기까지는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았다. 도메인을 구매한 게 어제인데, 그 다음 날 저녁에 이렇게 첫 글을 쓰고 있다. 물론 사이트 만드는 일을 이렇게 빨리 끝낸 것은, 그간 이곳에 대한 계획을 머릿속에서 굴리면서 자세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계획해 두었기에 가능했을 것이지만 말이다.&lt;/p&gt;
&lt;p&gt;내 소개를 조금은 해야 할까.&lt;/p&gt;
&lt;p&gt;하지만 이 사이트를 만든 건 오히려 그걸 하지 않기 위함이다. 나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내 생각만 남겨둘 수 있는 은밀한 장소. 그게 이곳의 존재 이유다. 그렇기에 내가 누군지는 앞으로도 밝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대신 여러분은 나의 이름보다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될거다. 그거면 충분하다.&lt;/p&gt;
&lt;p&gt;어차피 새로 블로그를 시작했다는, 별 특색도 없는 이런 글 따위 읽을 사람 별로 없을 것 다 안다. 그러니 오늘은 이만 줄이고, 대신 사이트 디자인이나 더 다듬는 걸로 하겠다.&lt;/p&gt;
&lt;p&gt;&lt;a href="https://bambangan.net/posts/hello-world.md" rel="alternate" type="text/markdown"&gt;서명된 마크다운 원문 보기&lt;/a&gt;&lt;/p&gt;</content:encoded></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