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shape our tools and thereafter our tools shape us.
– Marshall McLuhan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생활을 의존하고 있다. 업무 이메일을 보내는 것에서, 점심에 먹을 메뉴 고르기 같은 사소한 것들까지, LLM의 대답 없이는 수행하기 어려워한다.
사람들은 ‘인간이 AI에게 지배당하는 미래’를 터미네이터같은 모습으로 상상하곤 한다. 하지만 정말 인간이 인공지능에 지배받는 날이 온다면, 이런 모습에 더 가깝지 않을까.
사고의 외주화. 생각하는 일을 기계에 맡기면서, 이제 도구 없이는 스스로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수동적인 존재가 되는 거다. 대체 인간의 능력은 어디까지 줄어드는 걸까?
강력한 도구가 등장하고 생산성이 증가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인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은 줄어든다. 요즘 LLM의 도움 없이 이메일 한 통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스스로 API Docs를 읽고 JSON 파서를 짤 수 있는 개발자가 대체 얼마나 될지 생각해보자.
이제 여기서 ‘나는 어떡하나’의 질문이 나온다. 남들이 AI에 갈수록 의존하는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내 능력을 키울 것인가? 어떤 강점을 가진 사람이 될 것인가?
옵션 1. 도구 없이도 해낼 능력을 갖춘다.
AI 없이도 훌륭한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사고한다. 도구를 쓸 때도, 과하게 의존하지 않는다. 도구의 사용은, 내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단순히 자동화함으로써 속도를 높이는 것뿐이다. 남들과는 엄청난 차별점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동시에 큰 노력이 필요할 거다. 남들은 ‘딸깍’으로 레포트를 써 낼 때, 혼자서 문구를 다듬으면서 씨름하고, 정보를 찾아다니느라 도서관을 뒤지고. 어려운 길일 거다. 또 기술의 진보를 무시하는 길이라는 반론을 피하기 어렵다.
옵션 2. 기술 발전을 받아들이고, 잘 사용할 능력을 갖춘다.
이쪽으로 가면 기술에 대한 의존도는 클 수밖에 없다. AI로 ‘나도 할 수 있는’ 일을 자동화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혼자서는 못할’ 일들을 하기 시작한다. 큰 생산성의 향상이 기대된다. 하지만 동시에 기술에 관한 의존성, 그리고 여기에서 나오는 리스크가 생긴다.
몇 년 전 오픈AI 서버가 터졌을 때 레딧에 얼마나 난리가 났는지 생각해보자. 만약 이런 상황이 또 발생하면 어떡할까? 갑자기 이런 모델들의 가격이 치솟으면 – 그저 얼마를 제시하든 따라가야 하는가? 외부에의 의존은 온갖 위험을 불러온다. 하지만 이를 의식하고 위험을 관리하는 것 또한 나의 일이다.
내가 내린 결론 – 한쪽만을 택하기는 위험이 너무 크다. 기술을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선택지 1의 입장도 수용해서 그 한계를 인식하자. 내 지적 능력이 AI에게 과의존하지 않도록,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자.
이를 위해 세운 몇 가지 방법이다.
- 스스로 글쓰기. 인공지능의 도움 없이, 혼자서 생각하면서 글을 쓰는 능력을 키운다. 지금 글쓰는 것처럼. (이 공간은 자체적으로 No-AI Policy를 유지하고 있다)
- 독서하기.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정보는 먹기 좋은 한 입 크기의 요약이지만, 여기에 익숙해지면 정보를 찾는 능력이 사라진다. 사람이 쓴 글을 찾아보자. 긴 책, 좀 고전이더라도. 원문을 보고 스스로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거다.
- 생각하기. 걸어다니면서 핸드폰 쓰는 것처럼 쓸데없는 일을 찾기 어렵다. 산책하거나 여기저기 걸어다닐 때, 버스에서, daydreaming한다.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없으면 사고는 확장되지 못한다.
이 글을 쓰면서는 내 부족한 점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자기 계발에 있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생각해보는 건 중요한 일이다. 나만의 강점을 지닌 사람이 되고자 하기에.